낚시춘추 연재

스피닝 릴의 과학 2- 릴의 심장, 기어

GT-Hunter 2008. 3. 27. 16:45

낚시춘추 2007년 6월호 개제

스피닝 릴의 과학(2) : 스피닝 릴의 심장 - 기어(GEAR)

 

  스피닝 릴은 스풀이 자체 회전해서 낚싯줄을 감아 들이는 양축 릴과 달리 핸들의 회전과 낚싯줄을 감아주는 로터의 회전이 직각으로 교차한다. 이러한 구조가 누구나 간편히 특별한 숙달 없이 사용법만 익히면 릴낚시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준 일등공신인지도 모른다.

  이번에는 이 스피닝 릴 몸통속의 기어(Gear)이야기이다.

  동력의 전달이라는 면에서 기어의 사용은 당연한 일이다. 필자자신 기계공학도도 아니고, 글의 내용을 기계 전문가가 본다면 웃기는 소리가 될지 모르지만, 낚시꾼 입장에서 스피닝 릴 속의 기어를 꺼내서 이야기를 해보련다.

  낚시를 가기 전이나 다녀온 후, 가끔가다 손때 묻은 릴을 직접 분해해서 때도 닦아내고 더러워진 그리스를 닦아내고서 새 그리스를 칠하는 “꾼들의 낭만”이 어느 샌가 없어져 낚시의 재미도 차츰 엷어져 가는 것은 아닌지…. 최근에 나오는 고급형 스피닝 릴은 사용자인 낚시꾼이 스스로 분해하거나 내부를 볼 수 없도록 되어있는 것도 많다. 약간의 교정이나 간단한 고장은 손재주가 좋은 꾼들이라면 직접 고칠 수도 있겠건만, 최신형 고급 릴은 답답하기도 하다.

<블로그라서 가능한 이제와서 첨가>

시마노와 다이와, 일본의 양대 브랜드가 전세계의 릴 시장을 나눠서 독점하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닌 시대, 거기다가 돈내고 A/S마저 받으라고 한다. 과거의 릴은 구조가 간단해 진정한 기계치가 아닌 이상 더러워진 구리스를 갈고 기름치는 것을 누가 못했으랴. 2000년 이후 요즘 릴은 분해하는데 왠 나사가 그리도 많고 깨알같은 부속이 그리도 많은가? 모두 다 릴의 가격을 올리는 무의미한 부속이라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일지도 모르지만, 자꾸 과거의 릴을 사용하게 된다.

 

* 기어의 변천

  기계라는 점에서 기어는 강도와 내구성이 요구되는 강력한 강철제품이어야 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낚시용 릴 속에 들어있는 기어는 이와는 거리가 먼 것 같다. 손에 들고 사용한다는 점, 특히 루어낚시와 같이 종일 손에 들고 있는 형태의 낚시에서는 도구의 무게가 인간공학적인 쾌적함을 좌우하는 가장 큰 변수이기에 릴 속의 가장 큰 부품인 드라이브기어는 경금속 합금제품이 대부분이다. 물론 개중에는 황동이나 스테인리스 강철로 만든 것도 있지만, 거의 아연이나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져 있다.

  핵심 부품 즉, 핸들을 돌릴 때 따라 도는 릴 속의 가장 큰 기어인 드라이브기어(Drive gear)와 여기에 물려서 로터를 돌려주는 피니언기어(Pinion gear), 간단한 기어물림이지만, 여기에는 몇 가지 방식이 눈에 뜨인다.

 

1. 베벨기어(Bevel gear)

  대표적으로, 과거 1970년대까지 생산된 프랑스의 미첼 릴에 들어있던 구조이다. 기어가 원추형을 하고 있어서 기어끼리의 마찰 면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기본중의 기본인 기어방식이라고 생각되지만, 제조 단가가 비싸다는 점과 정밀도가 요구된다는 것이 가장 큰 약점이었다.

  70년대 말 은근히 없어져 버리더니 최근의 릴에는 사용하지 않는 기어이다.

<블로그라서 가능한 이제와서 첨가>

미첼408중에 스파이럴 베벨기어를 사용한 모델이 일시적으로 있었다. 덜덜거리는 소리가 적고 고급스런 것으로 미첼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았다.

현재의 릴 중에서는 미국의 반스탈(VAN STAAL) 릴이 이 베벨기어 구조를 사용한다.

 

2. 페이스기어(Face gear)

  과거 고가의 베벨기어가 사라지고 이를 대신했던 기어이다. 당시 고급제품에 사용되던 웜기어나 스피닝릴 전용 기어인 하이포이드페이스기어가 등장하기 이전까지 중저가 릴에 많이 사용되던 기어방식이다.

  경사면을 갖고 있는 베벨기어를 평면으로 단순화한 형태로서 메인기어와 피니언기어의 마찰 면에서 항상 미끌림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 단점으로 피니언 기어의 마모가 심하다. 사용감도 핸들을 돌리면 별로 좋지 않고 덜덜거리는 잡음도 당연한 기어였다.

 

3. 웜기어(Worm gear)

  60~70년대에 프랑스 미첼 릴과 쌍벽을 이루던 스피닝 릴이 있었으니 스웨덴의 ABU 카디날 릴이다. 서구시장에서, 미첼이 대량생산되는 대중적인 릴로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이미지(우리나라에서는 외제 릴로 고급품이었지만)가 강했던데 비해 카디날은 고급품의 이미지로 팔렸다. 이 릴의 내부에는 웜기어가 들어있었다. 핸들회전 감각이 당시의 다른 기어와는 전혀 다른 매끄럽고 부드러운 느낌이었고 이 매끄러움을 나타내는 데에 상당한 기술력이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고급의 선진 기술로 만들어진 릴로 평가되었다.

  과거의 유명 릴은 대부분 이 웜기어를 채용한 릴이었다. 그러나 내구성과 조력이 뛰어나다고는 말할 수 없는 게 진실. 요즘도 몇몇 브랜드의 릴에는 사용되고 있는 기어이다.

<블로그라서 가능한 이제와서 첨가>

ABU Cardinal 33, 3등의 모델, 이탈리아의 ALCEDO, Orvis,  미국의 Penn의 일부모델이 웜기어를 사용했는데, Cardinal의 정밀도(부드러움)가 가장 좋은 느낌이다. 조력은 약하다.

 

4. 하이포이드페이스기어(Hypoidface gear)

  현대의 거의 모든 릴이 사용하고 있는 기어가 바로 하이포이드페이스기어이다. 최근에는 유명 브랜드의 스피닝 릴에는 저마다 특별한 이름을 붙인 기어가 들어있다고 광고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그 나름대로의 특별한 가공법일 것으로 생각되는데, 그 기어가 하이포이드페이스기어임에는 틀림없다.

<블로그라서 가능한 이제와서 첨가>

시마노의 '배리어기어', 다이와의 '디지기어'를 말한다. 그럴듯한 이름을 붙여놨다.

 

  베벨기어나 페이스기어가 설계상 드라이브기어와 피니언기어의 중심선이 동일한데에 비해 하이포이드페이스기어는 <그림5>에서 볼 수 있듯 서로 중심선이 다른 것이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기계공학에서는 ‘하이포이드기어’라는 것이 존재하지만, '하이포이드페이스기어'라는 이름은 보이지 않는다. 이 기어는 오로지 스피닝 릴용으로 개발된 기어인 것 같다.

<그림5>

  하이포이드페이스기어를 처음 만들어낸 것은 1980년대에 ‘다이아몬드 릴’, '마이콘' 등으로 한 시대를 풍미하다 역사 속으로 사라진 일본의 릴 메이커 ‘오오모리(大森)제작소’였다. 강도와 내구성이 좋고 매끄러우며 제조 단가가 높지 않아 생산성이 좋다는 장점만을 갖추어서 전 세계 스피닝 릴의 표준이 된 기어이다. 요즘의 스피닝 릴은 99%가 드라이브기어와 피니언기어의 조합에 하이포이드페이스기어를 사용하고 있다.

<블로그라서 가능한 이제와서 첨가>

하이포인드페이스기어는 간단히 말하면 페이스기어를 오프세트화 시킨것이다. 일반 하이포이드 기어는 베벨기어를 오프세트시킨것이고.

실제 하이포이드기어는 자동차의 기어박스에 사용하는 디퍼렌셜기어, 감속용 기어다. 하지만 릴이란건 거꾸로 증속용 기어인것이 다르다. 그런데 이 일반적 하이포이드기어를 사용한 릴이 있으니 바로 미국 Penn의 바다용 스피닝릴인 스핀피셔SS모델(750ss등)이다.

 

* 기어비(Gear Ratio)의 뜻을 다르게 보는 것도 좋다

  21세기에 나오는 고급 스피닝 릴은 사용 중에 기어가 망가져 못쓰게 되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한 것 같다. 예전에는 무리하게 핸들을 돌리다가 혹은 여걸림에 무리를 하다가 릴 속에서 덜커덕 또는 드르륵하는 소리와 함께 기어가 헛도는 경우도 많았다. 기어 산이 뭉개져서 망가지는 것이다. 최근에는 기계공학적인 이론에 그동안 쌓여온 실제 경험이 축적되어 온 결과로 튼튼한 구조의 릴이 완성된 것이리라.

  과거의 유물과 같은 이론일지는 모르나 아무튼, 예전에는 릴을 고를 때 기어비에 무척 신경을 썼다. 갑자기 기어의 내구성을 말하다가 기어비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이제 하려는 말은 요즘 관점의 기어비율인 하이스피드냐 아니냐의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과거에는 릴을 얼마만큼 오래 쓸 것이냐에 대한 관점으로서 기어비를 보았다. 기어의 마모를 조금이라도 적게 한다는 의미이다. 피니언기어와 드라이브기어의 기어비가 4:1, 5:1 등 정수로 딱 떨어지는 릴보다는 4.9:1, 5.1:1과 같이 회전 비를 찾았다. 그 이유는 정수로 떨어지는 기어비, 예를 들어 5:1이라하면, 드라이브기어가 한바퀴 회전 할 때마다 피니언기어가 5회전, 이때 항상 서로 같은 기어 산이 물리므로 그리스 보급이 잘 안되고 마모가 심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정수비가 아닌 기어비는 기어가 물리는 장소가 계속 일정치 않으므로 상대적으로 마모가 덜하고(골고루 마모가 되고) 발라 논 그리스도 잘 들어가게 된다.

  ---블로그라서 가능한, 이제와서 첨가---

  시마노 릴은 정수비로 딱 떨어지는 기어비가 아직도 다수 존재하고, 다이와는 시종일관 콤마 몇의 기어비를 적용하고 있다.

 

최근 릴의 우수한 내구성에 이 정도까지 생각할 필요야 없을지 모르나, 역시 섬세한 꾼의 센스라면 기어비의 숨은 뜻도 바로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다음에 스피닝 릴을 업그레이드해서 한대 더 구입한다면, 저번 회에 이어 고려해볼 사항이 하나 더 늘어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