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춘추 연재

스피닝 릴의 과학 3 -볼베어링과 품질

GT-Hunter 2008. 3. 27. 17:33

낚시춘추 2007년 7월호 개제

스피닝 릴의 과학(3)

  볼베어링은 품질의 잣대인가? / 스피닝 릴에 있으면 좋은 기능들

 

* 볼베어링의 개수와 고가 스피닝릴

  ‘그 스피닝릴은 몇볼 베어링입니까?’ ‘새로 산 최고급인데 16베어링이다!’ ‘중급 릴을 샀는데 볼베어링을 더 넣어서 고급화 시키고 싶다.’ 등등 스피닝 릴의 그레이드를 말할 때 언제부터인지 베어링의 개수가 잣대가 되어버렸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20여 년 전 과거의 스피닝릴도 역시 볼베어링의 개수를 판매촉진에 사용하였던 것은 사실이다. 그보다 이전의 스피닝릴, 즉 60, 70년대의 스피닝릴은 피니언기어를 받치는 부분에 그저 한 개가 들어있는 것이 고급 모델이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 세월 사랑을 받아왔다. 몇몇 제품은 생산은 되고 있지 않을지언정 지금도 사용하고 있는 사람이 분명히 있다. 이글을 쓰고 있는 필자도 그런 인간 중 한명이긴 하다.

  거꾸로 생각해 보면 당시의 릴은 간단한 구조와 신뢰성 있는 설계, 기본에 충실했다는 느낌이다. 물론 최근의 우수한 스피닝릴이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니 오해하지 말기를.

  1980년대에 들어오면서 ‘3볼베어링’이라는 문구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릴 속에 볼베어링이 3개 들어있다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한 개만이 들어가던 릴보다 더 고품질(또는 고가격)이라는 것을 표현하기 위함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다가 최근의 최고급 스피닝릴의 전형적인 모습(긴 스풀, 합금재질의 콤팩트한 몸체 등)의 시발점이라고 생각되는 모델의 스피닝릴이 등장한 것이 1989년이다. 당시 일본의 D사는 스피닝릴에 관해 새로운 시도와 신제품 개발이 세계 어느 브랜드보다 왕성하던 시기였다. 충격적으로 등장한 그 릴은 스풀(드랙) 속에도, 핸들 손잡이에도, 라인롤러에도 볼베어링이 들어있는 6볼베어링이었다. 또한 다른 기존의 스피닝릴과 구분될 정도의 고가였다.

  ---블로그라서 가능한 , 이제와서 첨가---

 1989년 등장한 다이와의 EX시리즈를 말하는 것이다. 스피닝릴의 형태를 바꾼 장본인격인 모델임에 틀림없다.

 

  그 이후로 속속 다른 메이커도 비슷한 형태의 릴을 출시하면서 볼베어링이 들어가는 숫자가 자꾸만 많아져 갔다. 릴의 부속품 중에서 볼베어링이 가장 고가의 부속품이란 점과 아울러 당연히 스피닝 릴의 가격도 점차 높아져만 갔다. 점차 스피닝릴의 품질(고급제품을 가격과 비례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면)은 볼베어링의 개수로 정해지기 시작한 과정이라고 봐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릴 속에 들어가는 볼베어링의 개수는 소비자인 낚시꾼이 원해서 늘어갔을까? 아니면 제조사의 가치관이나 경쟁에 의해서였을까?

 

* 볼베어링 어디어디에 들어있나?

  스피닝릴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는 피니언기어를 지지하는 부분에만 장치되던 볼 베어링은 스피닝릴의 회전부라는 회전부에는 전부 설치되고 있다. 우선 기본적으로 피니언기어 지지부분, 메인 드라이브기어 지지부분 양쪽, 크로스기어의 양단(크로스기어 방식 오실레이션 기능의 릴), 드랙 속, 핸들의 회전부분 양단, 라인롤러에 까지 들어가 있다. 더군다나 각 부분에 한 개씩이 아니라 어떤 장소에는 몇 개를 겹쳐 설치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볼베어링의 개수는 점차 늘어나 6개가 8개로, 또 11개로, 더 나아가 16개(그 이상도)나 들어가 있는 것도 있다. 볼베어링을 설치하면 확실히 회전이 부드러워지고 매끄러운 감촉을 느낄 수 있다. 핸들을 휙 회전시켜보면 볼베어링이 없는 릴에 비해 관성으로 돌아가는 회전수가 월등히 많은 것을 실제로 볼 수 있다.

시마노에서 퍼온 무단도용이미지임===

 

* 적당한 볼베어링은 몇 개일까?

  볼베어링은 많을수록 좋은가? 답은 ‘아니다’이다. 정도가 넘어서면 무거워지기만 하고 위에 말한 것처럼 가격만 올라간다.

  더욱이 볼베어링은 정밀한 만큼 베어링 안으로 이물질이 들어가는 경우에 쉽게 고장을 일으키기도 한다. 모래 알갱이 하나라도 들어간다면 바로 회전에 이상을 일으킨다. 릴 사용에 있어서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사용 후의 세척에도 더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는 뜻이다. 외부에 들어나 있는 장소라면 볼베어링을 사용을 피하는 것이 좋다. 특히 라인 롤러에 들어가 있는 볼베어링은 실제로 필요한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외부에 들어나 있는 장소이고 아무리 실링이 잘되어 있다하더라도 회전하는 롤러의 틈새로 윤활용 오일과 먼지라도 들어가기 마련이다. 또한 베일은 가벼울수록 좋은데, 볼베어링이 베일의 전체 무게를 더하고 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라인롤러 속에는 볼베어링보다는 마모에 강하고 품질 좋은 부싱(Bushing)이 오히려 좋다고 생각한다. 간단해지고 고장의 염려도 없다. 물론 이것 때문에 싸구려로 보여 안 팔린다면 할말은 없다.

볼베어링 대신 수지 부싱이 들어있던 '다이아몬드릴'

 

  ---블로그라서 가능한, 이제와서 첨가---

실제 우리나라의 민물 낚시에는 라인롤러에 볼베어링은 그렇게 필요치 않다. 라인은 실제 낚시에서는 항상 젖어있으므로 최악의 상태 즉, 라인롤러가 돌지 않아도 특별한 문제는 없다. 루어가 끌려오는 정도로는 잘 안돌다가 물고기가 물어 하중이 걸리면 도는 정도라도 좋다. 낚싯줄이 꼬이지 않느냐고? 라인롤러가 너무 잘돌아 낚싯줄이 꼬이는 경우도 많다. ㅎㅎㅎ

물론 초대물이 드랙을 차고 나가는 고회전의 낚시, PE라인을 사용하는 낚시에서는 필수가 될 것이다. 바다용이라면 라인롤러에 볼베어링 들은 것을 적극 추천하지만, 민물낚시에서는 글쎄~.

 

  ---블로그라서 가능한, 이제와서 첨가---

쏘가리낚시, 배스낚시에도 PE라인의 사용이 늘어나고 있다. PE라인은 합사라서 물을 머금고 릴에 감겨온다. 그때 아주 고운 진흙이나 모래알갱이가 따라들어오는데 이것은 금속보다 강하다. 즉, 가이드링과 라인롤러를 갉아먹는 주범이라는 뜻이다.

볼베어링이 없는 라인롤러는 상대적으로 강한 하중에야 라인롤러가 돌고 그것도 완전하게 돌기보다는 슬립현상도 많을 것이다. 불순물이 든 물을 머금은 PE 라인은 여기에 줄톱과 같은 역할을 한다. PE라인을 사용한다면 약한 하중에도 회전이 되는 볼베어링이 들어있는 라인롤러를 사용하는 편이 좋다.

 

  그렇다면 개수의 적정선은 몇 개일까? 개인적으로 피니언기어와 드라이브기어의 지지부에 들어가는 3개가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그 이상은 필요악일지도 모르겠다.

  과거에 일본의 한 릴 메이커의 장인이 “축 중심이 비틀린 불량품을 베어링으로 억지로 돌리고 있다.”는 말을 했다고 전해진다. 설계대로 정밀하게 가공된 기계는 베어링이 없어도 잘 돌아간다. 베어링이 없는 만큼 적당히 만들어진 것은 곤란하다. 비싼 볼베어링 가격만큼 다른 부품을 더 정밀하게 만들고 표면 처리도 신경 쓰는 등 품질을 높이는 것이다. 볼베어링은 그 정도 개수로 멈추고 다른 부품의 정밀도를 높여놓은 정밀하고 오래 쓸 수 있고 고장도 적은 그런 스피닝릴이 있으면 좋겠다만, 현실적으로 허황된 꿈일지도 모르겠다.

 

* 고급 스피닝릴이 갖추어야 할 조건이라면

  가격이 높아서 고급인 것이 아니다. 또 볼베어링이 많아서 고급인 것도 아니다. 실제로 낚시에 필요한 실전적인 기능이 충실하게 모여 있고 사용에 불편이 없는 것이 고품질의 스피닝릴이다. 과거의 유럽제 스피닝릴을 보면 긴 세월에 걸쳐 낚시꾼이 직접 제품 개발을 한 흔적이 보인다. 실제로 낚시를 해봐야 알 수 있는 그런 요소들이다.

  화려한 겉모습이 아닌 이런 숨겨진 기능이 고급 스피닝릴의 잣대가 되어야 할 것이다.

 

-베일을 열면 릴의 스톱레버가 자동을 풀리는 기능 :

  스톱레버를 넣어 역회전이 되지 않더라도 베일을 열면 스톱이 잠시 풀리도록 한 것이다. 베일을 닫으면 다시 스톱레버기능이 돌아온다. 이 기능은 베일이 적정 위치를 벗어나 있더라도 집게손가락으로 라인을 픽업 가능하게 한다. 베일을 열면 로터가 역전도 가능하므로 열린 베일이 손가락에 닿지 않아 캐스팅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 몇 십만 원을 호가하는 릴에 이런 기능이 들어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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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TCHELL의 IDEAL이라는 모델에 이 기능이 있다. 물론 오리지날 미첼이 아니고 중국산으로 2004년인가 2005년인가 모델이었는데, 아쉽게도 지금은 폐반되어 버린듯.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한번더 다시 살펴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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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능, 시마노가 적용시키지도 만들지도 않으면서 특허를 가지고 있다던가? 믿거나 말거나.

 

-로터브레이크기능 :

  베일을 열면 로터의 회전이 약간 뻑뻑해지는 기능이다. 어떤 브랜드는 이 기능을 프리쿠션 베일이라 부르고 있기도 하다. 캐스팅 반동으로 로터가 돌아가 베일이 닫혀버리는 불상사를 막는 기능이다. 고급제품 중에도 적용되지 않는 것이 상당히 있다.

  ---블로그라서 가능한, 이제와서 첨가---

시마노가 프리쿠션베일이라고 부른다. 다이와의 고급품 구형 루비아스, 에메랄다스 등에 이 기능이 없었다.

 

-가벼운 핸들 :

  스피닝릴의 핸들은 가벼울수록 좋다. 릴 전체의 무게를 크게 좌우하기도 하지만, 중요한 것은 캐스팅 시에 무거운 핸들은 회전 관성을 일으켜 중간에 베일이 닫히게 만드는 주범이다. 큼직한 손잡이나 쇳덩어리 크랭크는 피하도록하자.

         

-나사식 핸들접이 : 핸들 크랭크의 중간이 버튼으로 접히는 방식보다는 나사식이 우월하다. 오래 사용해도 유격이 발생할 수가 없다.

  ---블로그라서 가능한, 이제와서 첨가---

  다행히도 하이엔드급 비싼 릴에는 이런 방식이 꽤 눈에 보인다. 그러나 고급은 물론 중가에서도 아닌 것이 많다. 다이와의 세르테이트가 불만이었는데 그보다 싼 신형 루비아스가 나사식이라서 칭찬해주고 싶다. 과거 30년전 오오모리 제작소의 '다이아몬드릴'은 중저가 제품에도 이런 핸들을 사용했다는 사실!!!

 

-스풀에지의 코팅 :

 

  스풀은 대부분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다. 알루미늄은 매우 약해 날카롭고 단단한 물건에 닿으면 바로 상처가 난다. 릴을 바닥에 내려놓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낚은 물고기를 도구와 나란히 놓고 사진을 찍을 때 거친 돌바닥이 스풀에지에 닿는다면 쉽게 상처가 남는다. 스풀에지는 캐스팅할 때 낚싯줄이 스치는 장소이므로 상처가 나 있어서는 곤란하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스풀에지를 따로 스테인리스로 만든다거나 크롬코팅처리를 하거나 고급스런 금색으로 마감한 지르코늄이나 티타늄 코팅도 한다.

 

  사용에 문제가 없는 한, 도구로서의 가치는 중저가 제품에도 있다. 보다 좋은 고급제품의 기준은 자신이 직접 세우는 것이 타당한 일이다. 도를 지나친 고급스러움은 사치가 되고 만다. 최근의 고급제품에서 위와 같은 기능들이 충실히 적용되어 있는지, 저번 호에 이어 ‘만점 스피닝릴’을 찾아보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