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AMA씨의 낚싯대
노무라증권에서 일하는 타카마씨로부터 연락이 왔다. 타카마씨와는 가끔 만나 술 한잔하며 낚시이야기 꽃을 피우곤 한다.
호주에서부터 사용하고 있던 지깅대라며 GLoomis의 지깅낚싯대를 보여주었다.
일단, 지깅전용이라기보다는 GL2 바다용 낚싯대였다. 스피닝용과 베이트용 각 1대.
어디에도 사용할 수 있을 튼튼하고 잘 휘어지는 특성의 블랭크는 캐스팅용으로는 조금 짧고 지깅용으로는 좀 긴, 체격이 큰 사람에게 잘 맞는 그런 미국식 낚싯대다. 매우 장신인 타카마씨에게는 아주 적합하다고나 할까?
가이드가 국적불명의 싸구려가 붙어있다는 것하고 랩핑도 너무 적당히 한것이 흠이라면 흠이지만 지금까지 사용에 별 문제는 없었던 모양이었다. 다만, PE라인 사용에 의해 가이드가 곧 망가질 것이라는 예상은 들었다.
새로 스피닝릴을 구입한 김에 낚싯대도 신선하게 하고 싶다면서 내게 튜닝을 의뢰했다.
완전한 오리지널 낚싯대인 EXOR만을 만들어 왔지만, 모처럼 타카마씨의 의뢰라 흔쾌히 수락.
그래서 "EXOR Tuned"가 새롭게 탄생했다. 첫번째는 스피닝대. 지깅과 캐스팅을 겸할 수 있는 가이드 세팅을 해보았다.
타카마씨는 낚싯대에 격언을 써넣기를 바랬다. 그냥 단순한 이름보다 이것도 상당히 의미있고 멋진 일아닌가?
내용은 "Noblesse Oblige(노블레스 오블리제)" 신분에 따르는 높은 도덕성을 의미하는 말, 요즘 특히 국내의 기득권층에 절실히 필요한 것이리라.
그런데, 이런! 불어를 써넣다가 그만 스펠링 'e'를 하나 빼먹고 말았다....(*o*)우하~ 이런 실수를 하다니~. 타카마씨가 봐주었기에 다행.
장식랩핑은 쉐브론
그립이 너무 엉망이라서 고밀도 EVA로 교환서비스. 가이드는 전부 후지의 수퍼오션. 버트가이드는 캐스팅을 고려해 역방향부착.
물론, 100% 실크사를 사용한 랩핑.
블랙의 언더랩핑과 디프블루의 오버랩핑은 더블랩핑에 비밀의 +알파.
장식은 펄과 바이올렛, 그리고 실버.
한참지나서, 타카마씨와 또 꼭지가 돌아갈 정도로 마신 날, 스피닝대가 아주 마음에 들었던지 베이트대도 튜닝해 줄 수 있겠냐고 했다.
물론 OK. 내심 이번에는 좀 특별하게 배보고 싶었는데 타카마씨도 초리쪽 가이드에 자꾸 줄이 걸리는데 요즘 유행하는 스파이럴 가이드는 어떠냐며 가능하겠냐는 물음. 실은 내 생각도 같았다.
GL2의 가이드는 너무나 저렴한 것이라서 도저히 두고 볼 수 없는 상태인데다가 아무데나 아무렇게 붙어있는 것이 문제.
또다시 "EXOR Tuned"가 탄생했다.
이번에 들어간 격언은, "Rome wasn't built in a day(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다. 세상에 단번에 이룰 수 있는 것은 없다. 기초부터 꾸준히 그러나 열심히 정렬적으로 그리고서 공자님 말씀처럼 단계를 초월해 즐기는 수준에 다달아야 할것이다.
장식랩핑은 스피닝대와 페어를 이루도록 동일한 구성의 세브론.
물론 고밀도 EVA로 그립교환 서비스. 당연히 00% 실크사를 사용한 랩핑.
블랙의 언더랩핑과 스칼렛레드의 오버랩핑은 더블랩핑에 역시 비밀의 +알파.
장식은 펄과 레드, 그리고 골드.
스피닝대와 완전한 한쌍이 되도록했다.
가이드는 기본적으로 후지의 수퍼오션을 사용했지만,
스파이럴 부분의 2개와 반대편의 첫번째에는 프레임이 두꺼운 NSG를 사용했다. 힘이 많이 걸릴것 같은 우려를 없애기 위함이었다.
처음에는 가능한 한 가이드의 수를 줄이고자 스파이럴 가이드의 간격을 넓혀보기도 했으나, 덤벨을 달아 테스트해보니 버트파워의 손실이 있는 느낌이었다. 결국 가이드 수를 늘려 버트 가이드에서 스무스하게 스파이럴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스파이럴 폭을 줄여 바로 확 돌아가는 것을 선택했다. 유연한 GL2의 블랭크에는 이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가이드 폭이 버트에서 좁아지는 아주 재미있는 낚싯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