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피싱(1)-낚시인은 나무를 심어야 한다
낚시춘추 2009년 8월호부터 5차례에 걸쳐 연재한 칼럼입니다.
21세기를 사는 우리는 무엇보다도 환경문제에 민감할 수밖에 없어서 그동안 생각하던 것을 정리한 기사들입니다.
낚시춘추에 연재된 내용은 지면관계 상 사진도 본문도 약간의 편집을 거친 내용으로, 여기에 실린 것은 그 원문입니다.
새연재 <에코피싱>
낚시인은 나무를 심어야 한다
원제 : 조홍식의 에코피싱 1 - 낚시인은 나무를 심어야 한다.
21세기에 들어서 가장 중요한 이슈, 주위에서 항상 듣는 이야기, 바로 환경보호다. 자연과 더불어 살지 않고서는 인간이 절대 삶을 영위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아 이제는 정부의 정책도 녹색성장을 말하는 정도가 아닌가?
낚시인이 환경파괴의 주범?
물론 녹색 성장을 위한 실천방법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 것도 사실이지만 아무튼 환경보존을 무시하고는 살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환경이 더러워지는 것도 여러 가지이다. 수질오염, 대기오염, 토양오염 등등 덕분에 과거에는 없던 질병도 많이 나타나고 환경호르몬 때문에 체질이 예민해져서 아토피다 뭐다 산 좋고 물 좋은 시골이 아니면 생활하지 못하는 그런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제와서 추가 : 내가 자꾸 그렇게 되가는 것 같다. 뭐, 육체적인 것보다는 정신적인 요인이 더 큰 듯.>
우리 낚시인들은 낚시터를 깨끗이 보존하자는 의미에서 쓰레기 되가져오기나 소극적이나마 수질오염을 막는 방법으로서 떡밥사용의 금지 등을 실천하고 있다. 물론 완벽하지는 못해서 가끔 쓰레기가 쌓여 지저분해진 낚시터나 현지 주민들과 낚시인들 간의 알력이 매스컴을 타기도 한다. 또한 유명한 낚시 포인트에 가보면 납봉돌과 버려진 낚싯줄이 뒤엉켜 있기도 하고 물 빠진 강변에는 중금속인 납으로 만든 지그헤드와 환경호르몬이 나오는 합성수지 루어가 돌 틈마다 남아있는 것도 현실이다.
<이제와서 추가 : 요 아래 사진은 섬진강 모 포인트에서 꺼내 돌위에 올려 놓은 것. 좀 유심히 살피면 금방 한 줌. 비싼 루어도 있었다.>
이런 부정적인 요인이 더 많이 부각되어서 일까? 언제부터인가 우리 낚시인들이 환경파괴의 주범인양 매도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인상을 받고 있다. 과거에는 선비나 신사의 취미로 낚시가 인정을 받았고, 사회 고위층도 당당하게 낚시가 취미라고 말하던 시절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유독 “낚시인 = 환경파괴범”이란 등식이 성립되게 된 이유는 급변해가는 사회 환경에 우리 낚시인 스스로가 맞춰가지 못한 데에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자신의 책임이다. 낚시를 가르치는 입장에서 또 배우는 입장에서 기술, 포인트의 전수만이 아니라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고 나아가 이를 주도할 낚시방송, 낚시잡지 등 미디어의 역할도 중요한 시점이다. 단순히 낚시터의 쓰레기를 치우는 행사정도에서 끝날 것이 아니고, 보다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환경보호 대응을 해야 한다.
이산화탄소 배출 절감을 외치는 시대
이산화탄소는 모두가 알다시피 지구온난화의 최대요인으로 여겨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가입하지 않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이미 ‘교토의정서(Kyoto Protocol)’를 통한 이산화탄소 절감목표치 설정, 배출권의 매매가 공식화되어 있다.
교토의정서의 심볼
<그림>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대소를 기준으로 그려 본 세계지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지역을 크게 그렸는데, 일찌기 선진국이 된 지역과 신흥 공업국이 아주 크게 그려져 있다.반대로 남미나 아프리카는 매우 작게 보인다. 우리나라도 상당히 크다.
인간이 문명의 해택을 누리면서 배출한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효과가스가 정도를 넘어서 버렸다고 한다.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나라는 역시 일찍이 공업화를 이룩한 선진국들과 최근 개발이 가속화되고 있는 중국과 인도 등 개발도상국이다. 이산화탄소배출량의 대소를 기준으로 그려본 세계지도는 <그림>과 같이 심하게 왜곡된 모습이다. 미국이 단연코 크고 중국, 인도, 유럽선진국, 일본이 크다. 우리나라도 매우 크게 표시되어 있다. 대자연이 남아있는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 호주 등은 아주 왜소하게 표시되어 있다. 세계 10위의 이산화탄소 배출국인 우리나라 역시 2013년에는 감축대상국이 된다.
이산화탄소는 대기오염이나 수질오염과 달리 인체에 직접적인 해가 없어서 솔직히 일반 시민이 이를 실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북극의 빙원이 없어지고 고온현상이나 가뭄 등 과거에는 겪어보지 못한 일들이 자꾸 발생하고 있는 것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한강이 얼지 않는 겨울이 지속되고 지난 5월은 기상관측사상 가장 고온이었다고 하지 않는가?
낚시인의 적극적 대응은?
우리 낚시인이 이산화탄소 배출을 절감하는 데에 기여하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함부로 쓰레기를 태우지 말며 낚시터를 오고갈 때 자동차의 공회전을 줄이는 방법 정도나 될까? 적극적으로 참여한다고 헌차를 최신 하이브리드카로 바꿀 수도 없고, 콘크리트 건물을 그만두고 갑자기 목조건물을 짓고 살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자그마한 생활습관이나마 탄소배출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 낚시인들은 엄청난 이산화탄소배출을 자신도 모르게 하고 있다. 바로 낚시도구 때문이다. 대부분의 낚시도구는 화석연료인 석유화학제품이다. 원료는 물론, 만들 때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매우 크다. 낚싯대를 예로 들어 본다. 먼저 카본섬유의 원료인 ‘폴리아크릴로니트릴(Polyacrylonitrile)’이라는 고분자 화합물에 열을 가하면서 시작한다. 다음에 변형된 이 화합물을 더욱 고열(700℃)로 가열하여 탄소원자가 수소를 버리도록 더 변형시킨다. 이어서 천천히 계속 고열(400~600℃)을 가하면 분자들이 서로 리본구조를 만들기 시작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고, 다시 600℃에서 1300℃가지 열을 올리면 질소가스가 나오면서 분자들이 망상구조를 만드는데, 이것을 낚싯대의 원료인 카본섬유라고 부른다.
1단계
2단계
3단계
4단계
이와 같이 카본섬유를 만드는 과정에서 상당한 에너지가 소비된다. 연료를 태워 열을 만들었으므로 당연히 이산화탄소가 다량 방출되었을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카본섬유로 낚싯대를 만드는 공정에도 철심에 카본섬유 시트를 감아 노속에서 고열로 굽는 과정이 있다.
의식 없이 사용한 낚싯대 한 대에도 제조과정에서는 엄청난 이산화탄소 배출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그렇다면 낚시인으로서 적극적인 이산화탄소 배출 억재방법으로는 무엇이 효과적인가? 바로 나무를 심는 일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나무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산소로 바꿔준다. 성장한 나무 한 그루는 1년에 평균 5.6㎏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고 한다. 낚시인들은 매년 식목일에 나무를 서너 그루씩 꼭 심는 습관을 들이자. 환경보존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낚시인들이라면 일반인들이 대하는 태도도 사회적인 대우도 차츰 바뀌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
이산화탄소 문제는 크게 배출 문제와 탄소세 부과 문제로 대별할 수 있다. 그 중에서 탄소세 부과란 세금이 한 가지 더 불어난다는 이야기다. 공산품 가격의 상승은 불을 보듯 뻔 한 이야기다. 그런 날이 조금이라도 늦게 오도록 모두가 노력을 해야 할 시기다.
앞으로 또 1세기가 지난 후 우리 후손들은 화석연료인 석유가 고갈된(아니면, 사용 금지된) 지구 위에서 어떻게 낚시를 할 것인가? 석유화학제품은 이미 없다. 그렇다면, 대나무 낚싯대에 누에고치에서 풀어낸 실크사나 말총을 꼬아 만든 낚싯줄을 이어 사용하는 시대가 반복되는 것은 아닐는지.
다음호에는 ‘캐치&릴리즈의 불편한 진실’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