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 Hunter's EXtra ORdinary reports

낚시춘추 연재

에기(エギ, 餌木)의 기원을 찾아서

GT-Hunter 2009. 12. 20. 16:29

1년도 더 지난 이야기를 풀어 놓겠다.

2008년 11월에 일본 카고시마 타네가시마로 GT를 갔다고 강풍에 낚시는 못하고, 박물관을 들려 벼르던 에기의 루트를 찾아보겠다는 일에 한번 마침표를 찍은 일이다.

 그내용은 낚시춘추 2009년 1월호에 2페이지에 걸쳐 짧게 편집, 소개되었는데 그 원문을 실어본다.

 

<낚시춘추 2009년 1월호 개제>

일본 가고시마 박물관 탐방기 : 에기(餌木)는 세계 최초의 루어였다?

에도시대 무사들이 오징어낚시 경기를 즐기면서 발전

에기를 루어로 인정한다면 서양의 스푼보다 앞선 것일 수도

 

원제 : 오징어낚시용 “루어”인가? 에기(餌木)의 기원을 찾아서

 

 성격상 무슨 일을 접할 때 그 원리나 기원을 찾아내지 않으면 가슴이 답답해 배겨내지 못하는 변태인지라, ‘루어의 기원’에 대한 호기심이 시원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가 쭉 이어오고 있었다.

흔히들 말하는 ‘과거의 유럽, 한 호수에서 떨어뜨린 스푼을 송어가 물었다. 그것을 보고 루어를 고안해냈다’는 설화는 누구나 알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구전된 이야기이다 보니 호기심에 대한 충분한 답변으로는 부족함이 없지 않았다.

몇 년 전인가? 일본의 한 잡지에서 요즘 한창 인기 높은 흰오징어(무늬오징어)낚시용 ‘에기(餌木)’의 기원을 찾아간다는 기사를 읽은 일이 있었다. 내용은 에기가 처음 만들어졌다는 일본 가고시마(鹿児島)현에 있는 한 박물관에 실제유물이 전시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읽는 자리에서 바로 나의 호기심을 만족시켜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에기(餌木)는 일본 어부의 어로도구다. 조사해보니 가고시마에는 과거로부터 전해오는 오래된 에기가 많이 남아있다는 사실과 지금도 현지에서는 어부들이 작은 배를 타고 흰오징어를 낚는 전통이 뿌리내려 있다는 것이었다. 또한 이를 학술적으로 정리한 오카다키이치(岡田喜一)박사의 ‘薩摩烏賊餌木考’라는 책이 있다는 것도 알았지만 이미 절판되어 구입할 수는 없었다. 남은 것은 실물을 전시하고 있다는 박물관을 찾아가는 일이었다.

전시하고 있는 박물관은 두 군데, 가고시마 시내에 있는 ‘가고시마현 역사자료센타’와 시내에서 좀 떨어져 있는 ‘뮤지엄 치란(知覽)’, 속 시원히 가보기로 했다.

 

 <뮤지엄 치란(좌), 치란특공평화회관(우)>

 먼저 찾아간 곳은 치란(知覽)이라는 마을에 있는 뮤지엄 치란인데 이곳은 조금 신경 쓰이는 장소였다.

왜냐하면 제2차 세계대전 말, 오키나와를 함락한 미연합군이 일본 본토에 상륙하는 것을 저지하게 위해 출격한 자살 특공대의 기지가 있던 장소이기 때문이었다.

뮤지엄 치란의 바로 옆 건물은 ‘치란특공평화회관’이란 곳인데 입장권이 공동이어서 들어가 볼 수 있었다. 이전에 일본수상이었던 ‘코이즈미’가 야스쿠니신사 참배와 더불어 이곳을 찾아 눈물을 흘렸다는 데에 경악을 금치 못했던 장소이기도 하다.

평일임에도 관람객이 많은 것이 아마도 지방 관광코스의 하나로 되어있는 듯한데, 관람객에 젊은이는 보이지 않고 다 나이가 지긋한 어른들만이 가이드를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내부에는 당시의 전투기 잔해들과 가미카제 특공대로 어이없게 죽은 젊은 조종사들의 사진이 빽빽한데, 침략에 대한 반성이나 다시는 이러지 말자는 교훈을 나타내기보다는 그저 죽은 그들을 신격화하는 오류의 장소였다.

전투기 조종사라고하면 그 당시도 현재도 한 사회의 엘리트집단이다. 그들이 모두 죽자-자의였든 타의였든-결국에 조종사가 없어 14살의 소년병들을 출격시켰다고 적어놓은 것을 보니 ‘평화’라는 명칭이 무색하게 군국주의를 청산치 못한 그들의 한 단면을 실제로 볼 수 있는 장소였다.

일본사람들 중에는 가미카제 특공대의 신격화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고, 옹호하는 사람들도 있고, 관심 없는 사람도 많다. 전부가 하나같지는 않으니 오해는 말아야겠지만, 유럽의 예와는 달리 왜 과거를 청산하지 않나? 국민성? 일당독재가 지속되는 청치현실? 글쎄, 나로서는 잘 모르겠다. <이제와서 추가> 여야가 뒤집어진 지금은 조금 달라지려는가보다.

내부를 사진에 담고 싶었지만, ‘사진촬영 절대금지’라는 푯말이 여기저기 서있어서 쪼그라들고 말았다. 입장권 뒷면에 나와 있는 사진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지만 말이다.

 <치란특공평화회관, 뮤지엄 치란 입장권의 뒷면>

 이야기가 옆으로 흘러가고 말았는데 뮤지엄 치란에는 실제 오래된 에기가 전시되고 있었다. “總黑燒き黑型餌木”라고 불리는 물고기형의 에기다. 요즘 시판되는 헝겊을 뒤집어쓴 알록달록한 새우형의 에기와는 많이 다른 모습으로, 벵에돔을 연상시키는 모습의 목제인데 표면을 그을려 검게 만든 에기였다.

옛날 어느 어부가 사용했을지 모르지만 에기를 잔뜩 담아 놓은 수납상자도 이채로웠다.  

<總黑燒き黑型餌木> 그을린 검정 에기라는 뜻이다.

 

 

에기의 변천사를 알 수 있었다.

에기는 평평하고 등이 높은 물고기형태에서 새우형으로 변해갔다.

검게 그을린 모습→반점형태→그을음을 묻히지 않은 형태→에나멜 칠

이후, 헝겊을 씌운 지금의 모습으로 변해갔다.

 

<이제와서 첨가> 이날은 이렇게 끝났다. 실은 혹시나 그다음날 '타네가시마'로 들어갈 수 있으려나 카고시마 시내로 들어가 있기로 했다. 밤에 나카무라씨하고 만나기로 되어 있었고... 그때까지 카고시마현의 동남단 '카이몬다케(開聞岳)' 인근의 이름모를 작은 항구에서 시간 떼우기...에기루트만 찾은 것이아니라 본장에서 흰오징어도 낚았다. 

 

나는 무엇인가 엄청난 것이 물려 드랙이 왱~하더니 라인 브레이크. 이후 꽝. 사노씨가 오징어 두마리.

가고시마역 광장에서 나카무라씨를 기다리다가 야경을 잠시...

 

 다음날, 찾아간 장소는 가고시마 시내에 있는 가고시마현 역사자료센타 여명관. 이곳에는 민속자료로서 많은 전통어로도구가 전시되고 있었는데 역시 에기가 있었다.

물고기형 에기에도 3가지의 조금 씩 다른 것이 있어서 좀 더 자세한 정보도 얻을 수 있었다.

일본의 에기는 남서제도(南西諸島, 일본 남서부 먼 바다의 섬지방)에서 발생해 300여 년 전에 가고시마로 전파되었다고 한다. 에기는 평평하고 등이 높은 물고기형태로 나타나 새우형으로 변해갔다고 한다. 또한 검게 그을린 모습에서 반점형태를 거쳐 그을음을 묻히지 않은 형태가 되고, 다시 에나멜을 칠한 형태를 거쳐 헝겊을 씌운 지금의 모습으로 변해 온 것으로 기록하고 있었다.

과거의 에기에 그을음을 묻힌 이유는 시각적인 이유 이외에도 향목(香木)을 태운 그을음을 이용한 향기로 흰오징어의 입질을 좋게 하는데 의미가 있었다고 한다.

 

<가고시마현 역사자료센타 여명관>의 팜플렛, 새로 생겨서 시설도 좋았다.

전통어구 전시공간이 있었고 그곳에 에기가 상세히 전시되어 있었다.

물고기형 에기에도 3가지의 조금 씩 다른 것이 있다고 한다. 전시부스 옆에 설치된 시청각자료에서 검색을 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에기가 왜 이렇게 다양하게 발전을 거듭했나? 그곳에서 의미 있는 대답을 들었다.

시대는 임진왜란 이후쯤이 될 것 같다. 일본은 여러 개의 나라로 나뉘어 전쟁을 일삼던 전국시대(戰國時代)가 끝나자 전쟁이 직업이던 사무라이, 무사계급들이 할 일이 없어져버리고 말았다. 그때 이들이 낚시에 몰두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에도(江戸, 지금의 도쿄)지방에서는 지역적 특성상 습지의 수로에서 대낚시가 발달하기 시작해 납자루와 같은 아주 작은 물고기를 섬세하게 낚아내는 방법까지 생겨났다고 한다. 어업이 아닌 고위층의 취미로서 낚시의 발전이었다.

한편, 일본의 서쪽 끝인 사쓰마(薩摩, 지금의 가고시마)지방에서는 귀족인 그들이 직접 흰오징어를 낚기보다는 차츰 어부들을 시켜 편을 가르고 오징어낚시 내기를 개최해 일종의 축제로 즐겼다는 것이다. 해답이 나왔다. 어느 쪽이 더 흰오징어를 잘 낚는 에기를 만드는가가 승패를 갈랐을 것이라는 상상을 할 수 있지 않은가?

이것이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물고기와 해산물을 근본적으로 좋아하는 그들의 모습을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어라? 그렇다면 일본에는 스포츠 피싱, 토너먼트 피싱이 그때부터 있었다는 이야기가 되나? 그야 어떻든, ‘루어(Lure)’를 정의할 때, 물고기를 낚는 가짜미끼 전부(어로도구 전반)로 볼 것인가? 아니면 취미로서 낚시에 사용하는 가짜미끼에만 국한 할 것인가? 전자라면 실물이 남아있는 “세계최초의 루어”는 에기인가?

호기심이 풀려서 시원해지기는커녕, “에기가 루어일까 아닐까?” 오히려 또 하나의 의문이 생겨버리고야 말았다.

 

<이제와서 첨가> 박물관 견학을 마치고 갈곳이 없어서 시내 한가운데를 관통해 서쪽으로 갔다. 카고시마시는 중심부가 움푹파진 만으로되어 있고 한가운데는 사쿠라섬이 떠있다. 사쿠라섬은 활화산으로 항상 연기가 보이는데 그날따라 날씨가 맑고 훤히 올려다보였다.

그후 2일간 몇곳을 돌며 낚시를 했지만 완전 꽝...이때부터 나의 큐슈 몰황이 시작되었다.

돌아오다가 쿠마모토의 산속 깊숙히 들어가서 잠시 산천어낚시... 실은 금어기간이라 몰래낚시였다. 반성

결국 한마리 낚기는 났았다만...

 쿠루메시로 돌아와서 저녁은 역시 라멘, 오리지날 톤코츠 라멘은 쿠루멘라멘이다. 우선 타이호 라멘.

다음날도 라멘. 집 가까이라 사노씨가 들러본 적이 없다고 했는데, 아주 진한 스프의 맛의 満洲屋. 알고보니 상당히 이름난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