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춘추 2007년 9월호 개제
낚싯바늘의 과학(1) : 휘는 바늘과 부러지는 바늘(원제:낚싯바늘 비틀어보기1)
낚싯바늘은 얼마나 많은 종류가 있을까? 흔하게 볼 수 있는 바늘 중에 한가지인 감성돔(치누)바늘처럼 특별하게 이름이 지어진 바늘은 그 종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붕어바늘, 망상어바늘, 벵에돔바늘, 돌돔바늘…, 대상어별로 기법별로 사용되는 바늘이 다 있을 정도이다. 예를 들어 한 낚싯바늘 메이커의 카탈로그만 봐도 1000종류이상이 나와 있다.
원시시대 인간이 최초로 사용했다는 골각기(骨角器) 바늘에서 시작된 낚싯바늘은 필요에 의해서 오늘도 개발되고 있다. 여기에서는 이러한 다양한 바늘을 상품으로서의 기준이 아니라 옆에 서서 조금 비틀어 관찰해 바늘에 담겨있는 다른 의미를 찾아보고자 한다.
베테랑도 초보자도 낚싯바늘에 대한 상식을 늘리고, 나아가 한 마리 더 낚아 올리는 기쁨이 있기를.
1. 바늘 각 부분의 형태별 차이는 어떤가?
먼저 바늘의 모양을 찬찬히 살펴보자. 낚싯바늘은 귀(Eye), 축(Shank), 굽(Bend), 품(Gape 또는 Gap), 미늘(Barb), 끝(Point)의 6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낚싯바늘은 귀의 모양, 축의 길이와 굵기, 품의 너비와 각도 등에 의해 차이가 나타난다. 이들 각 부분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도 다시 한번 살펴보자. 이들이 서로 다른 형태의 역할은 차회에 접근해 보기로 한다.
*바늘귀
낚싯줄을 묶거나 스플릿링(Split ring)을 끼우는 장소다. 여기에도 몇가지 형태가 있다. 귀 모양이 있는가하면 고리형태를 하고 있는 경우도 있고 고리가 축에 대해 직선 또는 휘어져 있는 방향에 따라 구분된다.
*바늘축
긴 것, 짧은 것, 굵은 것, 가는 것이 있다. 축에 의해 바늘의 내구성, 챔질에 대한 효율 등이 결정된다. 루어용 바늘이라면 길이와 굵기에 따라 표준과 장축(長軸, Long shank)의 구분, 세축(細軸, Fine wire)과 태축(太軸, Heavy wire)이라고 구분하여 표시하기도 한다. 플라이용 바늘에서는 전문적으로 정해진 기준이 있어서 2X Long(표준보다 2번수 긴 축), 1X Fine(표준보다 1번수 가는 축) 등으로 표시하고 있다.
*바늘굽
축이 휘어져 바늘끝으로 이어지는 부분이다. 원형을 이루고 있는 것이 있는가하면 곡률이 갑자기 변해 각이 져 있는 것도 있다.
*바늘품
바늘의 축과 끝 사이의 폭을 말한다. 기준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품이 넓은 바늘을 와이드 게이프(Wide gape)라고 부른다.
*미늘
한번 박힌 바늘이 빠져나오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갖고 있는 부분이다. 이 미늘이 없는 바늘을 무미늘(Barbless) 바늘이라고 부른다.
*바늘끝
설명이 필요 없는 뾰족한 부분이다. 그러나 이 끝이 직선적인 것(Straight point), 구부러져 있는 것(Curved point)이 있는가하면 송곳처럼 원뿔형인 것(Needle point)과 날이 서 있는 것(Knife edge)이 있다.
2. 동양의 낚싯바늘과 서양의 낚싯바늘
동양인과 서양인의 낚시에 대한 관점이 조금 다르듯이 바늘을 보는 관점도 조금 다른 것 같다. 일본의 한 낚싯바늘 메이커 수출 담당자의 말인데 결정적인 예가 될 것 같다.
미국과 같은 서양 낚시꾼은 부러지는 바늘을 싫어한다고 한다. 그러나 바늘이 펴지는 것에 대해서는 대물이 걸렸다는 자랑거리로 삼는다. 물론 바늘을 다시 원래대로 복구해 다시 사용한다는 경제적 의미도 들어있을 것 같다.
반대로, 우리나라, 일본, 중국의 낚시꾼들은 펴지는 낚싯바늘에 대해서는 봐주는 것 없이 메이커에 바로 클레임, 그러나 바늘이 부러진 것에 대해서는 매우 관대하여 바늘이 부러진 것에 대한 불평은 접수된 적이 없다고 한다.
낚싯바늘은 어느 나라로 수출하느냐에 따라 동일한 모델의 바늘이라도 소재의 성분(탄소량)을 약간씩 조정하고 있나보다.
*재질/성능의 개념- 탄소함유량이 많다고 좋은 건 아니다
낚싯바늘은 강철(탄소강)사로 만들어진다. 칼날을 만들 때와 마찬가지로 함유된 탄소량이 낚싯바늘의 경도(硬度)를 결정하는 요소가 된다. 즉, 탄소량이 많으면 부러지고 적다면 휘는 낚싯바늘이 된다. 한 메이커의 낚싯바늘 제품포장 겉면에는 “HHH”와 같은 표시가 있는 것도 있다. 카본 함유율 표시인데, 붕어바늘이나 감성돔바늘과 같은 미끼낚시용에서는 낚싯바늘의 품질표시처럼 여겨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카본 함유율이 높아지면 경도가 올라가지만 동시에 끈기는 낮아지는데 심하게 말하면 부러지기 쉬운 바늘이 되는 것이다.
루어낚시용 바늘 중에서 배스낚시에 자주 사용되는 웜 바늘은 탄소함유량을 나타내는 H 표시를 할 수 없을 정도로 탄소함유량이 낮다. 그렇지만 판스프링과 같이 끈기와 탄성이 좋아 가늘고 크게 만들어진 바늘이지만 강력한 챔질에도 부러지지 않고 배스의 입에 바늘이 확실히 박히게 할 수 있다.
우리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낚싯바늘, 역시 우리의 전통적인 미끼낚시용 바늘은 부러지는 경우가 많고 서양에서 유래한 루어낚시용 바늘은 펴지는 경우가 많은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 위에 말한 것처럼 나라마다 선호하는 경도가 다르고 또한 용도별로 필요한 경도가 있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탄소함유량이 많아 단단한(부러지는) 바늘이 고급이고 더 좋은 바늘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히 “오해”이다.
부러지지도 펴지지도 않는 이상적인 낚싯바늘이 있다면 금상첨화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아무리 적절한 탄소함유량과 열처리를 거치더라도 완벽한 것은 있을 수 없지 않은가?
<표>탄소함유량과 낚싯바늘의 특성
탄소 함유량 : 적음 ← ……… → 많음
바늘 특성 : 유연(늘어남) ← ……… → 단단(부러짐)
바늘 디자인 : 가늘고 큰 바늘 ← ……… → 굵고 작은 바늘
바늘 실례 : 웜바늘 등 ← ……… → 감성돔바늘 등
*크기의 개념 - 바늘 치수는 무질서의 극치
낚싯바늘에 대한 동양과 서양의 결정적인 차이점은 크기를 나타내는 표시방법에도 있다. 그것이 서로 반대이다. 우리나라와 같은 동양은 호수가 커질수록 바늘의 크기도 커지지만 서양의 낚싯바늘은 호수가 커질수록 바늘은 작아진다. 그러다가 1호보다 큰 바늘은 0호가 아니라 1/0, 2/0, …처럼 0을 붙여 표시한다. 그런데 이 호수라는 것이 기준이 있느냐하면 그렇지 않다.
낚싯줄이라면 호수별로 정해진 굵기가 있다. 서양식 표기법인 인장강도표시로 해도 정확하다. 그러나 바늘은 왜 그런지 통일된 기준이 없다. 감성돔바늘과 벵에돔바늘을 비교해 보면 같은 5호라고 해도 그 크기의 차이가 완전히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무엇을 갖고서 호수를 매기는 것일까? 각 메이커별로 또 그 안에서 각각의 모델별로 임의의 기준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신모델이 등장하면 할수록 통일된 크기의 기준을 마련하기는 어려워질 것이 확실하다.
그림과 같이 동양식, 서양식 호수를 비교해 보아도 제멋대로 서로 간에 호환성도 없다. 어쩌란 말인가?
아마도 낚싯바늘의 크기를 나타내는 것은 영원히 정리되지 않을 것이다.
낚싯바늘의 크기에 대해서는 더 이상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그대로 놓아두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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