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춘추 7월호에 실린 조행기가 편집이 너무 많이 되어 있었기에 원고 원본을 게재. 그 두번째.
다음에 승선한 배는 요세미야 3호. 성원에 힘입어 GT에 필자 포함 5명, 라이트지깅에 2명, 견학 2명의 만원사례. 더욱이 20대의 젊은 GT앵글러가 2명이나 동선하였는데 20대부터 GT낚시가 가능한 그들이 한 없이 부러워지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스가’와 ‘윤조’라는 이름의 두 젊은이는 GT의 초보자로, 이종격투기를 좋아한다는 ‘윤조’군은 첫 GT출조, 동안과 달리 거구의 ‘스가’군은 이번이 두 번째. 하지만 첫 출조에서 48kg의 GT를 낚아 화제가 된 경력의 소유자이다. 이 두 젊은이는 내가 쓰고 있는 일본어 블로그를 보고 있다며, 이날하루 지도를 부탁해 오는 것이 아닌가. 국내에서도 낚시를 지도해 본적이 없건만 오키나와에서 일본 젊은이들에게 한 수 배움을 준다는 것에 대해 묘한 감정이 들었다. 낚시라는 것은 변화무쌍한 상황에 대한 임기응변이니 뭘 가르쳐 줄 수 있으랴마는…. 그래도 내가 끼적대고 있는 블로그가 그들에게 자극제가 되고 그들의 낚시에 영향을 주고 있었다는 데에 약간의 흥분도 없지 않았다.
(좌)오른쪽이 요세미야3호, 왼쪽이 5호
저수온인 케라마 제도를 포기하고 2시간을 달려 ‘토나키(渡名喜)’섬 해역으로 들어갔다. 여기는 미군이 폭격 연습장으로 사용하는 ‘이리스나지마(入砂島 또는 出砂島射爆擊場)’라는 무인도가 있는데 휴일에는 폭격 연습이 없으므로 섬 주위에서 낚시가 가능하다. 날씨는 완전히 개어 아열대의 직사광선이 피부를 따갑게 하고 있었지만 바다상황은 동일, 장판이었다. 루어의 선택은 ‘모두가 폽퍼를 사용한다면 나는 펜슬베이트’라는 식으로 반대로 나갔다. 모두가 예스라고 할 때 혼자 노라고 하는 반동 기질을 충분히 발휘하기로 했다.
물고기의 입질이 없으면 캐스팅만을 계속하게 된다. GT 장비를 풀캐스팅을 하는 것은 실로 노동에 가깝다. 낚싯대와 릴을 합하면 거의 2kg, 거기에 150~200g의 루어를 달아 하루 종일 던지는 것은 좋게 말하면 유산소 운동이요 나쁘게 말하면 노동이다. 나이를 먹어가며 체력이 이미 과거와 다름을 느끼면서 어깨가 아파지면 팔을 바꿔 왼손으로 캐스팅을 하며 좌우 근육을 골고루 사용해 나중에 올 근육통에 대비했다.
새롭게 제작한 GT로드 EXOR RNA IMMORTAL 7.9ft. 원줄 PE SMP #8 + 쇼크리더 200lb.
뜨거운 햇살로 표면 수온은 23℃가 나왔지만 물속은 20℃정도로 라이트지깅 콤비의 조과도 조그만 능성어 종류의 그치고 있었다. 그러다가 순식간에 나타난 GT가 ‘스가’군의 폽퍼를 공격했다. 첫 번 공격에 걸리지 않은 GT가 반전을 하다가 옆구리에 바늘이 박히는 모습이 찰나의 순간에 시야에 들어왔다. 바닥으로 내리꽂는 GT의 파괴력을 활처럼 휘어든 낚싯대로 잘 받아내던 ‘스가’군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자 준비하고 있는데 따닥하는 이상한 소음에 고개를 들어보니, 낚싯대가 두 동강이 나 있었다. 그래도 낚싯줄은 아직 끊어지지 않은 상태로 어찌 당겨보았지만 결국 GT는 살이 찢겨 떨어져 나가고 말았다. 부러진 낚싯대에 어이가 없는지 웃기만 하는 그에게, 실수가 아니라 낚싯대가 불량인 것 같다는 위로를 보냈다. 낚싯대를 너무 세운 것도 아니고 또 드랙이 작동하여 줄이 풀려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낚싯대의 버트도 아니고 앞쪽부위에서 부러진다는 것은 의문이었다. 일본의 유명 메이커의 제품이라도 최근에는 그 블랭크가 어디에서 만들어지는 지 알 수가 없는 시대이다.
아쉽게도 스가군의 낚싯대가 부러지고 말았다. 불량품인듯.
GT낚싯대가 오로지 한 대밖에 없는 그는 라이트지깅으로 변경하여 작지만 도그투스튜나를 한 마리 올렸다. GT낚시가 처음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캐스팅에 능숙한 ‘윤조’군은 큼직한 암컷 만세기를 한 마리 낚아 올렸다. 캐스팅에 능숙한 그에게 몇 가지 캐스팅 폼에 대해 어드바이스를 하다가 왼손으로 하는 캐스팅을 권해 봤다. 주저하는 그에게 몇 번만 연습하면 금방 된다고, 나도 다른 사람이 권해서 연습했더니 되더라고 경험을 들려주었다. 좌우 캐스팅이 가능해지면 배가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더라도 또한 서있는 위치가 어디라도 더욱이 배안의 장애물을 피해 캐스팅을 할 수 있으므로 매우 편리하다. 그는 낚시를 마칠 때 즈음에는 비거리도 정확도도 오른손 캐스팅에 버금가는 왼손 캐스팅이 가능해 져 있었다.
윤조군은 타고난 캐스팅 감각의 소유자였다.
나는 오전에 갑자기 수면에 나타난 엘로우핀튜나(황다랑어)의 입질을 놓치고는 온종일 캐스팅만 하다가 하루를 접었다. 그것이 두 젊은이에게 질 수 없다며 쉬지도 않고 열사의 태양 아래에서 풀 캐스팅을 해 대다가 체력의 고갈로 귀항 2시간 동안 잠에 곯아떨어지고 말았다. 줄어드는 엔진 소음에 눈을 떠보니 벌써 나하 시가가 보이는 장소. 보라색으로 물들어 해가 저무는 서쪽과 달리 동쪽 오키나와 본섬은 먹구름으로 뒤덮여 있고 비도 뿌리고 있었다.
마침 크고 둥근 무지개가 정면으로 걸려 달리는 배가 그 아래를 통과해 가고 있었다. 한 마리라도 ‘가~라’를 낚았다면 이 무지갯빛에 어울렸을 텐데…. 조타를 하고 있는 선장 옆에 올라가 앉았다. 요세미야 피싱센터에서 이제 경험을 쌓기 시작한 ‘하야시’선장은 내게 또 빚을 지고 말았다며 다음에는 기필코 낚이는 장소로 안내하겠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누군가 하던 말이 생각났다. 대어는 초보자가 낚는다. 아니면 준비도 못하고 허둥지둥 낚시터에 와 모자라는 장비로 낚시에 임할 때 낚인다고. 준비를 하면 할수록 최신 장비를 마련하면 하면 할수록 물고기와는 멀어진다고. 왜냐? 하느님이 보고 계시기 때문이라고. 실제로 그런 경험은 나만 했을 것이 아니기에 혼자생각에 괜스레 웃음을 지었다.
‘타카키’씨와 다시 만난 다음날부터 담그면 발이 시릴 정도로 찬 오키나와의 바닷물에 의아해 하며 몇몇 인리프의 포인트를 뒤져보았다. 그러나 쇼어캐스팅은 한나절로 종료하고 말았다. 바라쿠다가 딱 한 번 루어에 상처를 내고 말았을 뿐이었다. 결국은 울트라라이트 낚싯대에 3~5g의 스푼을 바꿔 달아가며 열대어 낚시에 돌입, 오랜만에 12종의 오키나와산 물고기들과 대면할 수 있었다. 미련이 남은 오키나와에서의 GT 쇼어캐스팅은 아무래도 다음을 기약해야 할 것 같았지만, 그리 쉽게 하느님이나 용왕님이 허락해 줄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그리고 못 다 푼 이야기들.....
자, 다음에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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